경제적 독립은 도적과 같이(?) 찾아온다.
언제인가 아내가 잠들기 전에 했던 말이 떠오른다.
“요새는 돈을 많이 모아야 한다는 압박이 없어서 마음이 너무 편하다.”
그 때 나는 우리 가정에 경제적 독립이 이미 찾아왔음을 깨달았다.
간혹 경제적 자유라는 용어로도 불리우긴 하지만, 경제적 독립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우리 부부는 ‘얼마를 모으면 그 때부터 경제적 독립이 된 것이다’ 라고 정해둔 적은 없다. 그런 금액을 정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의 한계를 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자신의 몸의 100배를 뛸 수 있는 벼룩이 밀폐된 병속에 지내다 보면 병의 높이만큼밖에 뛸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처럼, 나의 천장선을 내 스스로 긋고 싶지는 않았다.
경제적 독립은 지극히 심리적인 부분에 많이 의존한다. 그리고 내 소비패턴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사실 내가 혼자 사는 1인 가구 남성이었다면, 현금흐름이 500만원 정도가 되는 순간 이미 경제적 독립이라고 느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우린 4인 가족이고 더 많은 생활비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아내는 본능적으로 나보다 더 높은 기준의 금전적 여유를 갈망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많은 이들이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으로 투자를 하며 경제적 독립을 꿈꾼다. 근로소득은 비교적 균일하지만 (사실 그것조차 요즘 같은 시절에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지만) 사업소득이나 투자소득은 변동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한 변동성 속에서도 돈에 대한 압박이 없어지는 그 시기, 그 때가 진정한 경제적 독립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직접 경험해보니, 그 시기는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찾아 오는 것이었다.
성경의 한 구절 처럼 그야말로 ‘그 날은 도적과 같이’ 찾아오는 것이었다.